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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방공호서 부역혐의 집단학살 첫 발굴,,웅크린 채 발도 못뻗고 그날의 참상 생생

기사승인 2023.03.28  21: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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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 배방읍의 한 야산에서 집단학살돼 매장된 것 유골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28일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는 충남 아산시 배방읍 성재산 방공호에서 집단학살을 보여주는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 발굴 현장을 공개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한국전쟁 당시 생생한 집단 학살 상황을 국민께 알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해 5월 아산시와 아산유족회가 성재산 방공호에서 진행한 시굴작업에서 일부 유해와 탄피가 발견되자 발굴에 나서 지난 7일부터 20여 일간 성재산 방공호에서 진행됐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의 한 야산 방호소에서 1950년 6.25 당시 좌익 부역혐의자를 온양경찰서(현 아산경찰서)가 마을주민을 집단학살해 매장한 현장이 28일 발굴, 공개됐다.<사진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유해발굴 현장에서 73년 전 당시 집단학살 정황을 생생히 보여주는 온전한 형태의 유해(유골)와 유품이 다수 발굴됐다. 유해발굴에선 최소 40구의 유해가 확인됐다. 

유해는 대부분 건장한 남성으로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해는 폭 3m, 깊이 14m의 방공호를 따라 빽빽한 상태로 매장돼 있다.

유해는 무릎이 구부러지고 앉은 자세인 ‘L자 형태’를 하고 있어 학살당한 뒤 좁은 방공호에 곧바로 매장된 것으로 발굴팀은 분석했다.

   
 

머리 위에는 녹슨 탄피가 얹혀 있었고 손목은 군용 전화선인 ‘삐삐선’으로 감긴 상태였다. 일부 유해는 손목뼈에 삐삐선이 줄줄이 연결돼 있었다. 현장에서는 학살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A1 소총 탄피(57개)와 탄두(3개), 카빈소총 탄피(15개), 일제 강점기 일본군이 사용했던 소총 99식 소총 탄피도 발견됐다.

유품으로는 단추와 벨트(9개), 신발(39개) 등이 남아 있었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의 한 야산 방호소에서 1950년 6.25 당시 좌익 부역혐의자를 온양경찰서(현 아산경찰서)가 마을주민을 집단학살해 매장한 현장이 28일 발굴, 공개됐다.<사진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이번 유해발굴지는 1950년 10월 4일 온양경찰서(현 아산경찰서) 업무가 정상화되면서 좌익부역혐의 관련자와 그 가족들을 매일 밤 1~2회에 걸쳐 40~50명씩 트럭에 실어 성재산 일대와 온양천변에서 학살한 다음, 그 시신을 유기한 곳이다. 

1951년 1·4후퇴 때 ‘도민증을 발급해준다’며 배방면사무소 옆 곡물창고 2곳과 모산역 부속창고에 부역혐의 관련자와 가족을 구금한 뒤 한 집에 남자아이 1명만 남겨 놓고 며칠간 수백명을 집단 학살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번에 발굴된 유해들은 세척 등을 통해 4월 중순까지 수습 작업을 하게 된다. 이어 인근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새지기 2지점(산96-4)에서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을 계속하게 된다. 

◆ 아산 부역혐의 사건, 뚜렷한 혐의나 기준없이 무차별적인 살해…대부분이 가족 희생  

앞서 1기 진실화해위원회는 2009년 5월,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을 1950년 9월에서 11월 사이 온양경찰서 소속 경찰과 치안대(대한청년단, 청년방위대 및 향토방위대, 태극동맹)가 지역주민들을 인민군 점령 당시 부역혐의로 몰아 성재산 방공호와 수철리 금광굴, 염치리, 대동리 일대에서 집단학살한 사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의 한 야산 방호소에서 1950년 6.25 당시 좌익 부역혐의자를 온양경찰서(현 아산경찰서)가 마을주민을 집단학살해 매장한 현장이 28일 발굴, 공개됐다. <사진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조사 결과, 희생자 77명의 신원이 확인됐고 참고인 진술에 따라 희생자를 800여 명으로 추정했다. 배방면 지역은 9․28수복 시기 최소 200여 명, 1․4후퇴 시기 300여 명이 희생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 희생자들은 가족 단위로 살해돼 유족이 없는 경우가 많아 유해 수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부역혐의 사건의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 자손들이 공동체 내에 어울려 사는 경우가 많아 유해발굴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부역혐의 사건 유해발굴이 상당수 실시됐지만, 국가기관이 아닌 지방자치단체나 시민사회단체가 주로 발굴에 나섰다. 2018년 아산시가 자체 진행한 유해발굴 결과 208구의 유해를 수습하기도 했다.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실효성 있는 유해발굴과 위원회 종료 이후, 유해발굴 사업이 지속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유해매장 추정지 실태조사 및 유해발굴 중장기 로드맵 수립 최종보고서’를 발간하고, 이를 근거로 전국 6개 지역 7개소를 선정해 유해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진실화해위원회 활동 종료 이후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권고사항을 이행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 2월 27일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결정 관련 권고사항에 대한 국가의 책임 있는 이행 촉구하는 국가기관의 실질적인 권고사항 이행 위한 과거사정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로 2회 작성되는 조사결과 보고서에 권고사항을 담을 수 있도록 했으며 권고사항의 이행관리 기관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법률에 명시했다. 

또한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보고서 보고 이후 3개월 이내에 권고사항을 소관으로 하는 국가기관의 장은 이행계획 및 조치결과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김광동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진실규명 결정 후 후속조치로 국가에 권고한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점이 있었다”며 “이번 과거사법 개정으로 국가기관들의 실질적인 권고이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가기관들의 적극적인 조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남용 press1@news-plus.co.kr

<저작권자 © 뉴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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