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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너절한 금강산 남측 호텔 시설물 모조리 들어내라"

기사승인 2019.10.23  10: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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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이 남북경제협력 상징인 금강산관광지에 설치된 호텔 등 남측 시설물들 모조리 철거할 것을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남한에 의존해 개발하려했던 선대(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정에 대해서까지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지난해 평양공동선언 이후 남한 당국에 미국 눈치보기를 그만하라고 요구해왔으나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1년이 넘도록 아무런 실천도 하지 않고 대미 추종적 태도를 계속하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남북협력에 대한 기대를 거두겠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으로 추진된 금강산관광개발 사업방식을 비판하면서까지 김 위원장은 남북협력 중단과 독자개발로 정책 전환을 천명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군마행보 이후 삼지연 건설 현장을 둘러보며 자립경제 행보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주요 관영매체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 일대 관광시설을 현지지도하고 고성항과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옥류관 등 남측에서 건설한 시설들을 시찰했다고 23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남측 시설물들이 "민족성이라는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건축미학적으로 심히 낙후돼 건설장의 가설건물을 방불케 한다"고 혹평했다.

자연경관에 손해가 되고 관리가 되지 않아 남루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선친인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선의와 결단으로 추진된 금강산개발사업도 비판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남북협력 차원에서 사업개발권을 부여하며 남한에 의존한 사업방식이 잘못된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고, 땅이 아깝다고,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 되었다고 심각히 비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강도높게 지시했다.

그는 "지금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되어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금강산관광은 유엔 대북제재와 관계없이 독자적 의지와 결단으로 추진이 가능함에도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 이후 일년이 넘도록 남한 당국의 친미 사대적 대미 추종태도에 매몰돼 있는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이 드러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금강산은 피로써 쟁취한 우리의 땅이며 금강산의 절벽 하나, 나무 한 그루에까지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이 깃들어있다"면서 금강산관광봉사를 담당한 당중앙위원회 해당 부서가 부지를 떼어주고 관리를 제대로 안 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지만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우리 사람들이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좋은 상황에서 미국 눈치보기에 급급해 남북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이행하지 않고 도리어 첨단공격무기도입에 혈안이 된 남한 당국과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더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자체 개발에 나서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자체적인 능력과 노력으로 금강산을 세계적 관광지로 개발해 앞으로 남한 동포들이 관광 방문하겠다면 그것은 얼마든지 환영하겠다는 것이다. 

조선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측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우선 정상화'에 합의한 이후 주저하는 남측에 '미국 눈치 보지 말라'고 조건달지 말고 즉각 재개할 것을 촉구해왔다.

특히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재차 밝힌 바 있다.

대북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관계이지만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미국이 기존의 셈법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한 만큼 비핵화 협상 전망이 밝지 않다고 판단해 협상 무산에 대비하고 '새로운 길'을 가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더이상 미국과 그 추종국 남한과도 협력을 통한 발전보다는 불변의 원칙인 자력갱생에 의한 자립경제 달성에 방점을 두겠다는 결단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북 전문가는 또 남한 당국에 대한 거리두기와 달리 민간분야안 남측의 동포들이 관광 방문에 대해서는 문을 열어두겠다는 의지도 보였다며 미국과 남한 당국이 획기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한 북조선의 방향이 달라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지구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개발도 추진하도록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지구총개발계획을 새로 수립하고 고성항해안관광지구, 비로봉등산관광지구, 해금강해안공원지구, 체육문화지구 등으로 구성된 관광지구를 3∼4단계 별로 건설할 것을 지시했다.

또 지구마다 현대적인 호텔과 여관, 파넬숙소(고급별장식 숙소), 골프장 등 시설을 짓고 인접군에 비행장과 관광지구까지 연결되는 철도를 건설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현지지도에는 장금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김여정·조용원·리정남·유진·홍영성·현송월·장성호를 비롯한 당 간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마원춘 국무위원회 설계국장 등이 함께 했다.

리설주 여사도 동행했다. 남한에서 리 여사가 최근 수개월 동안 보이지 않는다고 신변에 대한 궁금증을 나타내는 것에 대해 한방 먹인 것이다.

중앙통신은 최근 넉 달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의 모습도 담았다.

수행원들은 모두 "공장, 기업소들에 건설되는 노동자합숙보다도 못한 건물들이 세계적인 명승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정말 꼴불견"이라면서 김 위원장의 결정이 응당하다고 공감했다.

앞서 조선은 지난 2010년 남측 자산을 몰수 동결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남측과 협의절차는 거치더라도 사실상 남측의 동의까지 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민 press1@news-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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