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동 피고 측 증거 부동의로 검찰 측 증인만 148명 세워야
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대납 의혹 두번째 준비기일이 수원에서 열렸다. 또 서울에서는 이날 대장동 개발비리 특혜 사건 심리가 본격 시작됐다.
이날 이 대표(변호인) 측은 재판부 재배당 요청(대북송금)과 공판 검사 소속청이 아닌 검사 출석을 걸고 나섰지만 모두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 지연의도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 대표 측(변호인)의 재판 대응 방식이 최근 잇달아 법원에서 불수용되면서 벽에 부닥치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지난 7월 수원지법에 기소된 대북송금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 중인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병합해달라고 신청했으나 대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
위례 사건 심리에만 11개월이 걸린 각종 특혜의혹 사건에 대북 송금 사건을 병합하려던 1차 시도에 이어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에게 중형을 선고한 신진우 수원지법 형사11부에서 형사14부로 재배당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무산됐다. 또 대장동 심리 개시를 맞아 공판에 출석한 검사 가운데 기소 담당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소속이 아닌 검사가 출석했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수용하지 않았다.
8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등 혐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장은 이 대표 측이 사전에 요청한 재판부 재배당 의견에 대해서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의 대북 송금 대납 사건 재판은 지난 8월 27일 첫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됐다. 지난달 30일에는 이 대표 변호인이 재판부에 재배당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날 이 대표 변호인은 이 사건과 사실관계가 상당 부분 일치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사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내린 현 재판부가 심리하는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현 재판부가 이미 판결 선고한 사건과 이재명 피고인 사건의 증거를 대조해봤더니 두 사건의 증거가 상당 부분 겹친다"며 "현 재판부는 본의 아니게 이재명 피고인에 대한 검찰의 증거 기록을 검토하고 피고인을 대면하게 된 것이며, 그중에는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은 증거들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공정한 재판 의지를 가져도 구조적으로 사건의 예단과 편견을 가지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며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는 백지 상태의 재판부에서 재판받아야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측은 "재배당 요청 자체가 통상의 공범 사건에서 보기 힘든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재판부 기피 사유는 소송법상 불공정한 재판을 진행할 것이라는 객관적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본 사건은 그러한 사유가 없다. 이는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주장"이라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양측 입장을 검토한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와 심리 정도에 비추어 재배당 못 할 사건은 아니다. 사유가 문제"라며 "내부적으로 검토해봤는데 이번 경우와 반대되는 사례, 예를 들어 당사자가 동일하거나 동일 피고인이 있을 경우 관련 사건을 (같은) 재판부에 배당하는 경우의 예규는 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 대한 명확한 실무상·법률 문헌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재배당 요청을 받아주면 자칫 또 다른 헌법 가치를 저해할 위험이 있다"며 "변호사가 말한 점을 무겁게 생각한다. 재판부에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을 심리를 신중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해야지 재배당 형태로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장은 "아시다시피 관련 사건 판결이 확정될 경우 증거법상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어서 재판부가 반영 내지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조심스럽지만, 심리 효율성 측면에서 (관련 사건과) 중복되는 부분을 먼저 심리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와 공모해 2019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4월까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으로 하여금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도지사 방북 의전 비용 300만 달러를 대납하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로 기소됐다.
위례 특혜 개발 심리 끝낸 법원, 이재명 대장동 의혹 심리 본격 시작 |
한편 위례 특혜 개발 의혹의 심리를 마친 서울중앙지법은 대장동위례성남FC 의혹 사건 중 두번째 범위인 대장동 의혹 심리가 이날 본격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이날 이 대표의 재판을 열고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첫 심리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증인 신문을 했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 측이 증거에 동의하지 않아 신문해야 하는 증인이 148명에 달하므로 필요시 증거 신청을 철회해서라도 재판에 속도를 내겠다는 공소 유지 방침을 밝혔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 증인인 유씨에 대한 신문은 검찰의 주신문에 공판기일 기준으로 3일, 피고인 측의 반대신문에 4.5일이 각각 배정됐다.
국정감사로 인한 이 대표의 재판 불출석, 양측의 재주신문과 재반대신문 등을 고려하면 유씨 증인신문에만 최소 두 달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검찰은 신문에 앞서 "오늘부터 진행되는 유씨 등 주요 증인 신문 이후에는 대장동 사업을 직접 담당했던 성남시청·공사 등 담당자 20여명의 증인신문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피고인 측이 (검찰 조서 등 증거에) 부동의해 신문이 필요한 증인은 148명에 이른다"며 "심리 진행 상황 따라 신문이 필요 없을 것이라 보이면 증인을 철회해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이날 공판에 출석한 검사 가운데 중앙지검 소속으로 수사와 공소유지를 담당했다가 지난 5월 대검찰청으로 이동한 호승진 부장검사를 지목해 기소 담당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소속이 아닌 검사가 출석했다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재판 관행상 문제 됐던 적이 없고, 사건 실체 외 형식적 진행과 관련해 다투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보인다"며 "이와 관련해 양측이 의견서를 냈는데, 법정에서도 발언 기회를 주고 언성을 높일 필요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날 증언에서 "이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힘있는 자들이 나에게 떠넘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유동규 증인과 이 대표 측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 측이 왜곡하고 거짓말을 한다며 분노를 폭발했다. 이에 재판부는 유동규 증인에게 30분간의 휴식시간을 부여하기도 했다.
박상민 press1@news-plus.co.kr